수의사 전문의들은 AI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원문: The use of, and attitudes toward, artificial intelligence in members of the American College of Veterinary Internal Medicine and the European College of Veterinary Internal Medicine — Companion Animals
게재지: Journal of Veterinary Internal Medicine (2026)
DOI: https://doi.org/10.1093/jvimsj/aalaf036
한 줄 요약
미국과 유럽의 수의내과 전문의 45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AI에 대해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쓰고 싶어하지만, 정작 AI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는 흥미로운 간극이 드러났다.
왜 이 연구가 나왔을까?
AI가 의료 분야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는 건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사람 의학에서는 영상 판독, 진단 보조, 진료 기록 자동 작성 등 다양한 곳에 AI가 활용되고 있고, 동물 의학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실제로 동물을 진료하는 전문의들은 AI를 얼마나 알고 있고, 얼마나 쓰고 있으며,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을까? 이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 아직 부족했다. 특히 전문의(specialist) 수준에서의 조사는 거의 없었기에, 이 연구가 시작되었다.
누구를 대상으로 했나?
설문 대상은 두 단체의 회원이다.
| 단체 | 설명 | 응답자 수 |
|---|---|---|
| ACVIM | 미국수의내과학회 — 내과, 심장, 종양, 신경 등 다양한 전공 포함 | 301명 |
| ECVIM-CA | 유럽수의내과학회(반려동물) — 내과, 심장, 종양 전공 포함 | 155명 |
총 456명의 전문의가 참여했으며, 이들은 동물병원에서 일반 진료를 넘어선 전문 분야의 진료와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사람 의학으로 치면 대학병원 전문의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핵심 결과 1: “AI? 잘은 모르겠는데요”
설문에서 자신의 AI 지식 수준을 물었을 때, 응답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 “매우 잘 안다” 또는 “잘 안다”: ACVIM 5%, ECVIM-CA 6%
- “약간 안다” 또는 “전혀 모른다”: ACVIM 53%, ECVIM-CA 63%
절반이 넘는 전문의들이 AI에 대해 스스로 “잘 모른다” 고 답한 것이다. 이 수치는 수의학 분야 전반에서 보고된 66~85%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더 흥미로운 점은, AI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ACVIM 62%, ECVIM-CA 75%가 “없다” 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교육 기회가 있다면 참여하겠느냐” 는 질문에는 95% 이상이 “예” 또는 “아마도” 라고 답했다. 배우고 싶은 마음은 넘치지만, 아직 기회가 부족한 상황인 셈이다.
핵심 결과 2: “이미 쓰고 있어요”
AI 도구를 진료에 사용하고 있는지 물었을 때:
- ACVIM: 42%가 사용 중
- ECVIM-CA: 33%가 사용 중
사용 중인 도구 중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 AI 의료 기록 작성 도구(AI scribe): 진료 중 대화를 자동으로 의료 기록으로 변환해주는 도구. 예를 들어 ScribbleVet, Scribenote 같은 서비스가 있다.
- ChatGPT 같은 생성형 AI: 질문에 답하거나, 문서 작성을 돕거나, 연구를 보조하는 용도.
- 영상 판독 보조 도구: X-ray 사진을 AI가 분석해주는 도구(예: SignalPet).
- 혈액검사/세포검사 해석 도구: 검사 결과를 AI가 자동으로 해석해주는 서비스.
본인도 모르게 AI를 쓰고 있었다?
흥미로운 발견이 하나 더 있다. 처음에 “AI 도구를 쓰고 있나요?” 라고 물었을 때 “아니요”라고 답한 사람들에게, 이후 구체적인 도구 목록(소변 자동 분석기, 분변 기생충 자동 검출기 등)을 보여주자, 그중 56%가 사실은 해당 도구를 사용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즉, AI가 내장된 도구를 쓰면서도 그것이 AI인지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핵심 결과 3: “AI, 기대는 하지만 걱정도 돼요”
긍정적 태도
| 질문 | 동의 비율 |
|---|---|
| “나는 수의학 경력에서 AI 도구를 사용할 것이다” | ACVIM 75%, ECVIM-CA 87% |
| “AI를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로 본다” | ACVIM 85%, ECVIM-CA 72% |
| “AI 도구가 수의학의 표준 진료가 될 것이다” | ACVIM 67%, ECVIM-CA 66% |
| “AI가 수의학을 발전시킬 것이다” | ACVIM 67%, ECVIM-CA 70% |
대다수가 AI를 위협이 아닌 도구로 보고 있으며, 앞으로 자신의 진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걱정되는 부분
| 걱정 항목 | 동의 비율 |
|---|---|
| “AI 도구는 회의적으로 봐야 한다” | ACVIM 69%, ECVIM-CA 50% |
| “AI 사용 시 법적 책임이 걱정된다” | ACVIM 57%, ECVIM-CA 52% |
| “임상의가 AI에 의존하게 될까 두렵다” | ACVIM 65%, ECVIM-CA 53% |
| “데이터 프라이버시가 우려된다” | ACVIM 56%, ECVIM-CA 52% |
반면, “AI가 일부 수의사를 대체할 것이다” 라는 질문에는 ACVIM 62%, ECVIM-CA 49%가 동의하지 않았다. 전문의들은 AI가 자신의 직업을 빼앗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이는 사람 의학에서 의대생이나 영상의학과 전공의들이 “AI가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고 걱정하는 것과는 다소 대조적이다.
가장 큰 기대와 가장 큰 우려
가장 기대하는 점: 업무 효율성 향상 (ACVIM 65%, ECVIM-CA 57%)
- 진료 기록 작성이나 스케줄 관리처럼 시간이 많이 드는 행정 업무를 줄여줄 것이라는 기대
가장 우려하는 점: 오류의 생성 또는 확산 (ACVIM 39%, ECVIM-CA 36%)
- AI가 잘못된 정보를 만들어내거나(“환각(hallucination)”이라 불리는 현상), 기존 오류를 그대로 따라갈 수 있다는 걱정.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AI 의료 기록 작성 도구는 한 건당 평균 23.6개의 오류를 포함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세대 차이도 있었다
나이대별로 비교한 결과:
- 진료에 AI를 사용하는 비율: 젊은 세대(25~44세)와 나이 든 세대(45세 이상)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 개인 생활에서 AI를 사용하는 비율: 젊은 세대가 65%, 나이 든 세대가 44% 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즉, 진료 현장에서는 세대를 불문하고 비슷하게 AI를 활용하지만, 일상에서의 AI 친숙도는 젊은 세대가 더 높다는 것이다.
이 연구가 말해주는 것
1. “쓰고는 있지만, 이해하고 쓰는 건 아니다”
AI 도구를 사용하는 전문의 중 약 92%가 자신의 AI 지식을 “보통” 이하로 평가했다. 도구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도구가 내놓는 결과의 강점과 한계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이는 결국 환자(동물)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2. “교육이 시급하다”
거의 모든 응답자가 AI 관련 교육에 참여할 의향을 보였다. 가장 배우고 싶은 주제는 “진단 도구에서의 AI 활용” 과 “임상 의사결정에서의 AI” 였다. 수의과대학 교육과정에 AI를 포함해야 한다는 데에도 대다수가 동의했다.
3. “미국과 유럽, 크게 다르지 않다”
두 단체 사이에 AI 지식 수준, 사용 비율, 전반적 태도에서 큰 차이는 없었다. 다만 ACVIM(미국) 쪽이 ECVIM-CA(유럽)보다 AI에 대해 다소 더 회의적인 경향을 보였다. 유럽은 EU AI Act 등 AI 규제가 더 엄격한 편인데, 이러한 규제 환경이 오히려 “규제가 있으니 안심할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들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연구의 한계
- 응답률이 ACVIM 7.5%, ECVIM-CA 20.4%로 낮은 편이다. AI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응답했을 가능성이 있어, 실제 전체 회원의 인식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 자기 보고(self-report) 방식이므로, 실제 지식 수준과 본인이 느끼는 지식 수준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 AI 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있어, 2024년 말~2025년 초에 수집된 이 데이터는 이미 현재 상황과 다를 수 있다.
마무리하며
이 연구는 수의학이라는 특수한 전문 분야에서 AI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첫 번째 대규모 설문 연구 중 하나다.
결론은 명확하다. 수의사 전문의들은 AI가 자신의 일을 바꿀 것이라는 걸 알고 있고, 그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잘 모르면서 쓰고 있다” 는 현실은 분명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것은 수의학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AI 도구를 점점 더 많이 사용하게 되는 지금, “쓸 줄 아는 것”과 “이해하고 쓰는 것”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일이 어느 분야에서나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