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Blood biomarkers for canine cancer, from human to veterinary oncology
게재지: Veterinary and Comparative Oncology, 2022;20(4):767-777
DOI: 10.1111/vco.12848

한 줄 요약

반려견 암 진단에 활용할 수 있는 혈액 바이오마커(혈액 속 암 신호 물질)를 이온, 단백질, 핵산, 세포 네 가지 범주로 나누어 정리한 리뷰 논문으로, 아직 완벽한 단일 마커는 없지만 ‘액체 생검’이라 불리는 차세대 기술에 큰 기대가 걸려 있다는 내용이다.


왜 혈액으로 암을 찾으려 할까?

사람이든 동물이든, 암은 빨리 발견할수록 치료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동물병원에서 암을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조직 생검 — 쉽게 말해 종양 조직을 직접 떼어내 현미경으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간단하지 않다. 전신 마취나 진정이 필요하고, 수술 부위 감염이나 종양 세포 확산 같은 위험도 따른다. 무엇보다 보호자에게 상당한 비용 부담이 된다.

반면 혈액 검사는 채혈 한 번이면 끝이다. 반복 검사도 쉬워서 치료 전후 변화를 추적하기에 적합하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혈액 속에서 암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져왔다. 이 논문은 지금까지 반려견에서 연구된 혈액 암 바이오마커들을 한데 모아 정리한 리뷰(종합 검토) 논문이다.


어떤 연구를 정리했나?

이 논문은 직접 실험을 수행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발표된 수많은 개별 연구들을 네 가지 범주로 분류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범주 포함 바이오마커
이온 구리(Cu²⁺), 아연(Zn²⁺)
단백질 CEA, CA15-3, AFP, LDH, AMH, TK1
핵산(DNA/RNA) cfDNA, ctDNA, 마이크로RNA(miRNA)
순환 세포 순환 종양 세포(CTC), 골수 유래 억제 세포(MDSC)

각 바이오마커에 대해 “암 환자 개 vs 건강한 개”를 비교한 연구 결과, 민감도(암이 있을 때 양성으로 잡아내는 능력)와 특이도(암이 없을 때 음성으로 판정하는 능력)를 중심으로 검토했다.


이온: 구리와 아연, 미네랄도 암의 신호가 될 수 있다

구리(Cu²⁺) 는 종양 형성, 혈관 신생(종양이 새 혈관을 만들어 영양분을 끌어오는 과정), 전이 등에 관여하는 필수 미량 원소다. 유선 종양이 있는 암컷 개에서 건강한 개 대비 구리 농도가 약 2배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구리 동위원소 비율(⁶⁵Cu/⁶³Cu, δCu)을 측정했을 때, 암이 있는 개와 건강한 개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고, 항암 치료 후 이 수치가 회복되는 양상도 관찰되었다. 다만 아직 연구 규모가 작아 실제 임상에 적용하기엔 이르다.

아연(Zn²⁺) 은 림프종이나 유선 종양이 있는 개에서 혈중 농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사람 의학에서도 다양한 암에서 아연 감소가 보고되어 있어, 수의학 분야에서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다만 식이 섭취량이 혈중 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단백질: 가장 많이 연구된 전통적 바이오마커

CEA — 유선 종양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마커

CEA(암배아 항원)는 소화관 세포막에 존재하는 당단백질로, 세포 접착에 관여한다. 정상적으로는 혈중 농도가 매우 낮지만, 일부 종양 세포가 이 단백질을 대량 생산하면서 혈액에서 높게 검출된다.

유선 종양이 있는 암컷 개에서 CEA 농도가 유의미하게 높았다. 특히 종양 크기가 3cm를 넘거나 진행 단계가 높은 경우(Grade III) 더 뚜렷한 증가를 보였다. 1.08 ng/ml을 기준값으로 설정했을 때, 민감도 82.14%, 특이도 95.24%라는 비교적 좋은 수치가 보고되었다. 최근에는 개 전용 ELISA 키트(혈액 속 특정 물질을 검출하는 검사 도구)도 출시되어 접근성이 높아졌다.

CA15-3 — 유선 손상 감지에 탁월

CA15-3(탄수화물 항원 15-3)은 유선 종양 조직의 손상을 감지하는 데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기준값 7 IU/ml에서 민감도 100%, 특이도 95%라는 인상적인 결과가 나왔다. CEA와 결합하면 민감도가 64.2%까지 올라갔으나, 특이도는 81.7%로 떨어졌다. 또한 CA15-3 농도가 높으면 생존 기간이 짧아지는 상관관계가 관찰되어, 예후 판단에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

AFP — 간암 바이오마커

AFP(알파태아단백)는 태아 시기에 간에서 대량 생산되다가 성장하면서 급격히 감소하는 단백질이다. 간세포 암종(간암)이 있는 개에서 AFP 농도 증가가 보고되었으나, 민감도와 특이도의 기준값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고 종양 크기나 병기와의 상관관계도 명확하지 않다.

LDH — 진단보다는 예후 추적에 유용

LDH(젖산 탈수소효소)는 세포가 빠르게 증식할 때 증가하는 효소다. 암이 있는 개에서 건강한 개보다 유의미하게 높았고, 특히 림프종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LDH가 진단 자체보다는 재발 예측에 더 유용하다는 것이다. 항암 치료 후 45일간 LDH 변화를 추적했을 때 77.8%의 민감도와 96.2%의 특이도로 재발을 예측할 수 있었다.

AMH — 생식기 종양의 틈새 마커

AMH(항뮬러관 호르몬)는 사람 의학에서 난소 기능 평가에 쓰이는 호르몬인데, 개에서는 과립막 세포 종양(GCT)과 세르톨리 세포 종양(SCT)이라는 생식기 종양의 바이오마커로 주목받고 있다. GCT 진단 시 민감도 100%, 특이도 94.44%로 매우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다만 이러한 종양은 대부분 수술로 치료하기 때문에, 수술 전 진단 목적보다는 수술 후 추적 관찰에서의 활용이 기대된다.

TK1 — 혈액암에서 빛나는 마커

TK1(티미딘 키나아제 1)은 DNA 복제에 필요한 효소로, 세포 분열이 활발할 때 증가한다. 림프종과 백혈병 같은 혈액암(조혈기 종양) 에서 특히 두드러진 성능을 보였다.

연구 암 환자 수 건강한 개 수 민감도 특이도
Nakamura 등, 1997 20 13 100% 100%
von Euler 등, 2004 52 21 92% 98.1%
Sharif 등, 2012 34 35 94% 68%
Jagarlamudi 등, 2015 43 42 79% 97%

TK1 활성도가 30 U/L을 넘으면 생존 기간이 유의미하게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항암 치료 중 TK1이 정상 범위로 떨어지면 관해(암이 줄어들거나 사라진 상태) 가능성이 높고, 여전히 높으면 재발이나 치료 무반응일 가능성이 크다. 즉, TK1은 진단·예후·치료 반응 추적이라는 세 가지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유망한 마커다. 다만 혈액암 외의 종양에서는 특이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핵산: 차세대 바이오마커, ‘액체 생검’의 핵심

cfDNA와 ctDNA — 혈액 속 떠다니는 DNA 조각

세포가 죽거나 손상되면 DNA 조각이 혈액 속으로 흘러나온다. 이를 cfDNA(세포유리 DNA) 라 하고, 그중 종양에서 유래한 것을 특별히 ctDNA(순환종양 DNA) 라 한다. 암이 있는 개는 건강한 개보다 cfDNA 농도가 유의미하게 높았다.

연구 종양 종류 암 환자 cfDNA 건강한 개 cfDNA p값
Letendre & Goggs, 2017 육종 8.1 μg/ml 4.7 μg/ml .003
Beffagna 등, 2017 유선 종양 128.5 ng/ml(짧은 단편) 28.8 ng/ml .018
Tagawa 등, 2019 다양한 종양 6,290 ng/ml 481 ng/ml .011

더 흥미로운 것은 ctDNA에서 특정 유전자 변이를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개의 방광암(요로상피세포 암종)의 약 80%에서 발견되는 BRAF V595E 변이를 혈장 ctDNA에서 73%의 확률로 검출할 수 있었고, 소변에서는 83~100%까지 검출률이 올라갔다. 이는 종양 조직을 떼어내지 않고도 암의 유전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cfDNA의 메틸화(DNA에 화학적 표지가 붙는 현상) 패턴을 분석하면 암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다. LINE-1이라는 유전자 서열의 메틸화 수준이 양성·악성 유선 종양 모두에서 유의미하게 낮아진다는 결과도 보고되었다.

마이크로RNA(miRNA) — 작지만 강력한 신호

miRNA는 약 22개 염기로 이루어진 아주 작은 RNA 조각으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혈액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바이오마커로서 큰 잠재력을 지닌다.

유선 종양이 있는 개의 혈액에서 145개의 miRNA가 건강한 개와 다르게 발현되었고, 그중 miRNA-19b와 miRNA-125a가 특히 두드러지게 높았다. 혈관육종에서는 miRNA-126과 miRNA-214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예후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골육종 환자 개에서 miRNA-214 농도가 높으면 관해 기간이 짧고 전체 생존 기간이 줄어들었으며, 반대로 miRNA-126 농도가 높으면 관해 기간과 생존 기간이 늘어났다. 수술 후 miRNA 농도가 변하거나, 재발 시 특정 miRNA 패턴이 나타나는 것도 확인되어 치료 모니터링 도구로서의 가능성도 엿보인다.

다만 miRNA는 암이 아닌 다른 질환(간 질환, 염증 등)에서도 변할 수 있어 특이도 문제가 남아 있다.


순환 세포: 혈액 속 암세포를 직접 잡아내다

CTC — 전이의 주범을 잡는다

CTC(순환 종양 세포)는 원발 종양에서 떨어져 나와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는 암세포다. 이 세포가 다른 장기에 정착하면 전이가 일어난다. 문제는 이 세포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 백혈구 100만~1,000만 개당 약 1개 수준이라 검출이 매우 까다롭다.

유선 암종이 있는 암컷 개의 혈액에서 인간 유방암 CTC 마커 16개 중 6개의 mRNA가 과발현되었으나, 건강한 개에서는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전이성 유선 암종 진단에서는 FDA 승인 기술로 44.4%의 민감도를 보였고, 혈중 CTC 존재가 나쁜 예후와 관련이 있었다.

골육종 환자 개에서는 항암 치료 중 CTC 수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었고, 전이나 사망 4주 전에 CTC가 증가하는 패턴이 관찰되어 추적 관찰 도구로서의 잠재력도 확인되었다.

MDSC — 면역을 억제하는 세포도 바이오마커가 된다

MDSC(골수 유래 억제 세포)는 원래 골수에 있는 미성숙 면역세포인데, 암이 생기면 종양 주변으로 끌려와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암세포가 면역 체계의 공격을 피하도록 도와주는 ‘방패’ 같은 존재다.

진행된 종양이 있는 개에서 MDSC 비율이 건강한 개(10.24%)에 비해 크게 증가(36.04%)했고, 초기 종양(9.40%)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흑색종이 있는 개에서는 두 종류의 MDSC(M-MDSC, PMN-MDSC) 모두 증가가 확인되었다. 다만 MDSC 증가는 다양한 종양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특정 암을 진단하는 도구라기보다는 “종양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지표에 가깝다.


이 연구가 말해주는 것

이 리뷰가 전달하는 핵심 메시지는 세 가지다.

첫째, 아직 완벽한 단일 바이오마커는 없다. 현재까지 연구된 단백질 기반 마커(CEA, CA15-3, AFP, LDH, AMH, TK1)는 모두 일정 수준의 진단·예후 능력을 보여줬지만, 어떤 것도 모든 종류의 암을 완벽하게 잡아내지는 못한다. 특히 암이 아닌 질환에서도 수치가 변할 수 있는 ‘특이도 부족’ 문제가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둘째, 액체 생검 기술에 거는 기대가 크다. cfDNA, ctDNA, miRNA, CTC 같은 차세대 바이오마커들은 민감도와 특이도 면에서 기존 단백질 마커를 앞서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ctDNA에서 특정 유전자 변이를 검출하는 방식은 종양의 유전적 특성까지 파악할 수 있어 맞춤 치료의 길을 열 수 있다.

셋째, 사람 의학의 발전이 동물 의학에 직접적인 혜택을 준다. 이 논문에서 다룬 바이오마커 대부분이 원래 사람 암 연구에서 먼저 발견된 것들이다. 사람용으로 개발된 검사 키트가 개에게도 적용 가능한 경우가 많아, ‘One Health(하나의 건강)’ — 사람과 동물의 건강을 하나의 틀에서 바라보는 — 개념의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해석할 때 주의할 점

  • 대부분의 연구가 소규모 환자군을 대상으로 수행되었다. 수십 마리 단위의 연구가 대부분이라, 대규모 검증이 필요하다.
  • 특정 종양(유선 종양, 림프종)에 연구가 편중되어 있어, 다른 암 종류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 바이오마커의 기준값(이 수치 이상이면 양성으로 판정)이 연구마다 다르고, 사용한 검사 방법도 제각각이라 직접 비교가 어렵다.
  • cfDNA나 miRNA 같은 차세대 마커는 아직 표준화된 검사 프로토콜이 없어 임상 적용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 이 논문은 리뷰 논문으로, 저자들이 직접 실험한 것이 아니라 기존 연구를 종합한 것이다. 개별 연구의 한계가 그대로 반영된다.

마무리

“피 한 방울로 암을 알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아직 “그렇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방향으로 분명히 나아가고 있다. 사람 의학에서 액체 생검은 이미 일부 암의 조기 진단과 치료 모니터링에 실제로 쓰이고 있고, 이 기술이 동물 의학으로 이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이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결국, 기술의 발전은 한 분야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람을 위해 개발된 기술이 반려동물의 삶을 바꾸고, 반대로 동물 연구에서 얻은 통찰이 사람 의학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건강이라는 과제 앞에서 종(種)의 경계는 생각보다 훨씬 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