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D 환자의 혈액 속 면역세포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원문: Single cell transcriptomics in blood of patients with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게재지: BMC Pulmonary Medicine (2025)
DOI: https://doi.org/10.1186/s12890-024-03475-y
한 줄 요약
COPD 환자의 말초 혈액을 단일세포 RNA 시퀀싱(scRNA-seq)으로 분석한 결과, 단핵구/대식세포(monocyte/macrophage)의 비율이 유의하게 증가했으며, 이 세포군에서 염증 관련 15개 유전자의 상향조절과 7개 유전자의 하향조절이 확인되었다.
숨이 막히는 병, 아직 초기 진단이 어렵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COPD)은 전 세계적으로 6,500만 명 이상이 앓고 있으며, 2030년까지 네 번째 주요 사망 원인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질환이다. 한국에서도 일곱 번째 사망 원인으로, 고령화와 함께 사회적·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COPD의 핵심 문제는 비가역적 기류 제한—한번 좁아진 기도가 다시 넓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기 발견이 중요하지만 기존 바이오마커 연구는 폐 조직이나 기관지폐포세척액(bronchoalveolar lavage fluid, BAL)처럼 침습적 방법에 의존해 왔다. 혈액처럼 쉽게 채취할 수 있는 시료에서 바이오마커를 찾을 수 있다면, COPD 선별 검사의 접근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단일세포 RNA 시퀀싱(scRNA-seq)은 수만 개의 세포를 하나하나 분리해 각 세포의 유전자 발현을 개별적으로 읽어내는 기술이다. 기존의 벌크(bulk) RNA 시퀀싱이 세포 집단의 평균값만 보여준다면, scRNA-seq은 각 세포 유형별 변화를 구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누구를, 어떻게 분석했나
연구 대상은 한국 CODA(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in Dusty Areas) 코호트에 참여한 15명이다. 강원도와 충북 지역 시멘트 공장 인근 6개 도시에서 2012~2017년 사이에 등록된 참여자들이다.
| 항목 | 정상 대조군 (n=7) | COPD군 (n=8) | p-value |
|---|---|---|---|
| 평균 나이 | 78.0 (±5.69) | 80.63 (±7.44) | 0.4266 |
| 남성 비율 | 85.7% | 62.5% | 0.5692 |
| 현재 흡연자 | 0명 | 1명 (12.5%) | 1 |
| 전 흡연자 | 4명 (60.0%) | 5명 (62.5%) | - |
| 폐기종 지수 | 7.80 (±10.53) | 6.44 (±6.20) | 0.8493 |
| FEV1 (L) | 2.21 (±0.63) | 1.49 (±0.56) | 0.0769 |
| FEV1/FVC | 0.75 (±0.06) | 0.58 (±0.07) | 0.0066 |
두 군 사이에 나이와 성별의 유의한 차이는 없었지만, COPD군의 FEV1/FVC(1초간 노력성 호기량/노력성 폐활량)는 0.58로 정상 대조군(0.75)보다 유의하게 낮았다. COPD군에는 GOLD 1기 1명, 2기 6명, 3기 1명이 포함되었다.
실험 방법
말초 혈액에서 단핵 세포(PBMC)를 밀도 구배 원심분리로 분리한 뒤, 10x Genomics Chromium 플랫폼으로 scRNA-seq 라이브러리를 제작하고 Illumina NovaSeq 6000으로 시퀀싱했다. 분석은 Cell Ranger v6.0.2와 Seurat v4.2.0 파이프라인을 사용했으며, UMAP으로 시각화하고 PanglaoDB로 세포 유형을 주석 처리했다.
56,097개 세포에서 9가지 면역세포가 구분되다
총 56,097개 세포(대조군 26,462개, COPD군 29,635개)를 분석하여 9가지 세포 유형을 식별했다.
| 세포 유형 | 대조군 비율 (%) | COPD군 비율 (%) |
|---|---|---|
| T 세포 | 27.5 | 28.0 |
| NK T 세포 | 20.8 | 15.7 |
| NK 세포 | 21.7 | 19.2 |
| 단핵구/대식세포 | 15.0 | 19.4 |
| 대식세포 | 3.4 | 3.6 |
| B 세포 | 6.6 | 9.4 |
| 내피세포 | 2.6 | 2.0 |
| 수지상세포 | 1.5 | 1.7 |
| 호중구 | 0.9 | 1.0 |
대부분의 세포 유형은 두 군 간 큰 차이가 없었지만, 단핵구/대식세포의 비율은 COPD군에서 15.0% → 19.4%로 증가했다. 통계적으로도 단핵구/대식세포만이 유일하게 두 군 간 유의한 차이를 보인 세포 유형이었다(FDR < 0.05).
단핵구/대식세포에서 발견된 22개의 차별 발현 유전자
| 단핵구/대식세포에서 | Fold change | ≥ 1.2, p-value < 0.05 기준으로 총 22개의 차별 발현 유전자(DEG)가 확인되었다. |
상향조절 유전자 15개
| 유전자 | Fold change | 기능 요약 |
|---|---|---|
| EGR1 | 1.29 | 담배 연기 노출 시 자가포식·세포사멸 촉진, 전염증 메커니즘 관여 |
| NR4A1 | 1.36 | 핵수용체, 염증 조절 |
| CCL3 | 1.35 | 케모카인, 염증세포 모집 |
| CXCL8 | 1.33 | 기관지 염증 반응의 핵심 매개체, COPD 악화 시 전신 수준 상승 |
| PTGS2 | 1.26 | COX-2, 프로스타글란딘 합성 |
| CD83 | 1.24 | 면역글로불린 수퍼패밀리, 면역세포 활성화 표지 |
| BCL2A1 | 1.25 | 항세포사멸, NF-κB 경로 |
| SGK1 | 1.27 | 세포 생존·염증 신호 |
| IL1B | 1.23 | 핵심 전염증 사이토카인 |
| BTG2 | 1.22 | 세포 주기 조절 |
| NFKBIZ | 1.22 | NF-κB 억제 단백질 ζ, 염증 전사 조절 |
| DUSP2 | 1.26 | MAPK 탈인산화효소, 면역 신호 조절 |
| MAFB | 1.22 | 단핵구/대식세포 분화 전사인자 |
| PLAUR | 1.20 | 세포외 기질 분해, 조직 리모델링 |
| CCL3L1 | 1.21 | CCL3의 유사체, 케모카인 |
하향조절 유전자 7개
| 유전자 | Fold change | 기능 요약 |
|---|---|---|
| FOLR3 | -1.62 | 엽산 수용체, 호중구에서 발현 |
| CD52 | -1.34 | 림프구 표면 항원 |
| RPS4Y1 | -1.32 | Y 염색체 연관 리보솜 단백질 |
| HLA-DRB5 | 1.23 (대조군 높음) | MHC II 베타 사슬, 항원 제시·면역 인식 |
| NAMPT | 1.27 (대조군 높음) | 니코틴아마이드 대사, 미토콘드리아 기능 |
| TMEM176A | -1.25 | 막관통 단백질, 수지상세포 분화 관련 |
| TMEM176B | -1.26 | TMEM176A와 기능적 쌍 |
이 중 EGR1은 담배 연기에 의해 폐 상피세포에서 유도되어 전염증 사이토카인 발현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CXCL8은 COPD 급성 악화 시 말초 근육 손상 및 전신 염증 마커와의 연관성이 보고된 유전자다. HLA-DRB5의 하향조절은 흡연 관련 COPD에서의 DNA 메틸화 변화와 연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GO·KEGG 분석이 보여주는 생물학적 의미
상향조절 DEG의 기능 농축
Gene Ontology(GO) 분석 결과, COPD군 단핵구/대식세포의 상향조절 유전자들은 다음 경로에 농축되었다.
- 세포질 번역(cytoplasmic translation)
- DNA 복제
- 히스톤 변형
- 리보핵단백질 복합체 생합성
- 리보솜 생합성
KEGG 경로 분석에서도 리보솜, 세포 주기, 핵세포질 수송, 스플라이세오솜, 스핑고지질 신호전달 경로가 두드러졌다.
하향조절 DEG의 기능 농축
하향조절 유전자들은 GO에서 유산소 호흡, 세포 호흡, T 세포 활성화, ATP 대사에 농축되었고, KEGG에서는 산화적 인산화와 프로테아좀 경로가 확인되었다.
종합하면, COPD군의 단핵구/대식세포는 리보솜 생합성이 활발해지고(세포 증식·활성화 시사) 산화적 인산화가 저하된(에너지 대사 이상 시사) 상태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 연구가 말해주는 것
혈액만으로도 COPD의 면역학적 변화를 포착할 수 있다
기존 scRNA-seq 연구가 폐 조직에 집중한 반면, 이 연구는 비침습적으로 채취 가능한 말초 혈액에서도 COPD 특이적 세포 구성 변화와 유전자 발현 차이를 감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단핵구/대식세포가 핵심 표적이다
9가지 세포 유형 중 단핵구/대식세포만이 유의한 비율 변화를 보였으며, DEG 분석에서도 염증 반응과 직결되는 유전자들이 집중적으로 변화했다. 이는 COPD의 병인에서 순환 단핵구/대식세포의 역할을 재확인하고, 향후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 개발의 유력한 표적 세포 집단을 제시한다.
진단 바이오마커로의 가능성
EGR1, CXCL8, NR4A1, CCL3 등 상향조절 유전자와 FOLR3, HLA-DRB5 등 하향조절 유전자는 COPD 진단 및 중증도 평가를 위한 후보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다.
연구의 한계
- 적은 표본 수: 정상 7명, COPD 8명으로 총 15명에 불과하다. 대규모 코호트에서의 검증이 필수적이다
- 단핵구/대식세포의 세분화 부재: 단핵구와 대식세포는 많은 마커를 공유하기 때문에 하나의 클러스터로 묶였다. COPD 병기에 따라 이 집단 내 하위 유형의 비율이 달라질 수 있으며, 재클러스터링이 필요하다
- 세포 수 보정 미적용: DEG 분석에서 세포 수 보정(cell number correction)을 수행하지 않고, 해당 세포 유형 내 평균 발현값에 의존했다. 비교 집단의 세포 수가 적을 경우 유전자 검출이 과소평가될 수 있다
- scRNA-seq의 기술적 한계: 단일 세포에서 수천 개의 고유 전사체만 회수되므로, 실제 전사체 프로파일의 일부만 포착한다. 호중구처럼 RNA 함량이 낮은 세포는 분석에서 과소 대표될 수 있다
피 한 방울에서 읽어내는 폐의 신호
질병의 단서가 반드시 병변 부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연구는 팔에서 뽑은 혈액 한 튜브 속 면역세포들이 폐에서 벌어지는 만성 염증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직 표본 수가 작고 검증이 필요하지만, 비침습적 혈액 검사로 폐 질환을 조기에 포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환자와 임상 현장 모두에 의미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